동훈이가 따분했는지,
설겆이 하는 엄마 다리에 붙어서 칭얼거린다.

“동훈이 조금만 기다려. 윤재네 집에 전화해보고, 놀러가자.
그런데, 전화기가 어딨지?
윤재네 전화해야 하는데, 전화기가 없네.”

아내는 전화기가 식탁 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동훈이가 두리번 거리다가,
느닷없이 handset 충전기로 가서,
“find handset”버튼을 누른다.
곧 식탁위에 있던 handset에서 삐삐 소리가 나고,
동훈이는 식탁으로 다가가 손으로 가리키며,
“오, 오~~~”

예전에
동훈이가 버튼을 눌러 handset에서 소리가 나면
엄마는 소리를 끄고,
그렇게 논 적이 있었는데.

사실,
어른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해서,
조금이라도 기발한 행동을 하면
가끔 엄마는
“내가 천재를 낳은거 아냐?”고 하는데,
아마 아이들을 성적의 노예로 만드는 시초가
이런 마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는 키우는게 아니라 자라는 거라고 했다.
성적으로 매겨지는 레벨보다,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건강한 가치관을 갖도록,
정말 다시 한 번 부끄럽지 않은 부모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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