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 싸이질도 겨우 하는 요즘은, 빨리 시간이 지나 좀 더 편하게 살 날이 왔으면 하면서도, 잔주름이 하나씩 늘어가는 피부를 보면 시간이 멈춰줬음 싶기도 하다.
오랜만이지?
난 애엄마치곤 너무 바빠. 다현이는 이런 엄마 맘을 아는지, 한 번 떼쓴 적 없고, 매달려본 적도 없구나.
쪼매난 게 벌써 철이 난 것처럼 말야…그래서 한편으론 가슴이 짠하다.
내가 요즘 더 바빴던 이유는, 남편과의 신경전때문이기도 했지.
그동안 살림을 맡겨놨더니, 도대체 엉망진창(?)으로 해 놓은 거야.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결혼하고 조금씩 변한 건지, 맞벌이를 하니까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뼈빠지게 벌어다 바쳤더니, 마이너스 통장 갚기는 커녕, 더 불어나게 만들어놓고는 배째라 하니 정말…철이 안든 건지…
그때 그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이제부터 조금씩 내가 권력행사를 해나가기로 했어. 정말이지, 이 과정이 왜 이리도 힘들고 진이 빠지는지…내가 왜 결혼이란 걸 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싶기도 하고 말야.
얼마 전엔 아파서 밤에 응급실까지 갔는데, 자기는 실컷 놀다 들어와 내가 가는 거 뻔히 알면서 전화 한통 없더라. 그거에 울화가 더 치밀어, 병원에서 안보내주는 걸 우겨서 거의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왔더니, 자다 일어나 그제서야 괜찮냐고 그러는 거 있지. 그래서 싹싹 비는 남편한테 마구 퍼부어주었단다. 이번엔 많이 반성하는 것 같더라구. 그래도 마음 놓지는 않을 거야.
정말 관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는데, 엄마가 울 때 뭔지도 모르고 따라 울던 다현이가 불쌍해서 마음 강하게 먹기로 했다. 이러니 애 땜에 산다는 말이 나오지…에효~
암튼지간에, 제발 좀 맘 편히 잘 살아보자고 잠정적으로 화는 가라앉히긴 했는데, 아직도 용서가 안돼. 흠..
친한 교수님 말씀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아직도 멀었단다. -_-;;
그와중에 다현이 돌잔치도 하고(친지 중심으로 모시고 했지)…글쎄, 어떤 인연이었는지, 메리어트 호텔로 예약 잡을 때 소윤이를 만난 거 있지. 거기서 웨딩 코디네이터로 있더라고…식사값이 비쌌는데, 덕분에 할인도 많이 받고, 행사 편히 치룰 수 있었단다.
하여간…세상의 인연이란 건 참 신기한 것 같아.
살다가 이젠 한 번도 안 마주칠 수도 있는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어 새로이 좋은 인연을 맺기도 하고…
난 이제 다시 나의 복잡하고도 바쁜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큰 애(남편), 작은 애 재우고 나서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20060408010411


요즘,
동훈이의 극성에,
아내는,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친 듯 하다.
요즘은 나도 야근이 많아,
저녁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도 힘들고.

맨날 야근하다가 잠깐 한가한 날,
간만에 쐬주 한 잔 하고 가자는 유혹들이 생긴다.
이럴 때 두 번에 한 번은,
아내와 동훈이를 눈에 넣고, 쏘주 한 잔 하지.

어쩌다가 일찍 들어간 날은,
애랑 놀아준다고는 하는데,
하루 종일 애랑 시름하는 마눌님에 비해, 얼마나 하겠어..

직장 생활 하는 남자, 혹은 여자,
가끔 밖에서도 치이고, 집에서도 치인다지만,
그럴 때 느끼는 야릇한 고독(?)이,
나에겐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좀 이상하지?

어제 저녁상에서 아내가,
어느 전단지에 실린,
“B형남자”를 읽더군.
‘어, 맞어.’, ‘그건 아닌데.’ 하면서 들어보니,
때론 아내를 힘들게 하는 “성격”들이 있더군.
그게 그렇게 생겨 먹은거 어쩌나.. 생각하다가,
동훈이도 B형에다가,
전단지에 “B형 아기 기르기”란 내용은,
죄책감마져 들게 하더군. ^^;

집안일, 직장일, 어느 하나 쉬운게 없고,
늘 즐겁고 행복한 기분만 느끼고 살 수 있는게 아니라서,
가끔은 하고 싶은 말 쉽게 하기도 하는데,
살다 보니,
아침에 부시시한 얼굴로 바라보고,
트렁크 바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더 할 수록,
지키고 조심해야 할 것들도 생기고.

모니터 위에,
동훈이랑 아내 사진을 올려 놨는데,
하루에 몇 번이나 쳐다보고 일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자주자주 봐야지.

20060410091825 / 이한승


울 집도 다 B형이다. 그래서인가? B형 성격 이해돼 ㅋㅋ
결혼해 살면서 환상이란 건 깨지기 마련이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같은 것도 없을 듯 하다.
살다보면…다 그러고 사니까…
단지 포기하는 게 싫어서 자꾸 기대를 걸어보지만…뭐…
얼마 전에 TV 광고에 “딸아이의 그림일기에는 아빠가 없다…그래서 뭐 잘 해줘야겠다 어쩌고”하는 가족 중심 지향 삼성전자 광고를 보면서, “삼성이 저런 광고 할 자격이나 있어?”하고 툴툴댔더니, 신랑이 막 웃더라구…비단 삼성 뿐만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남편 얼굴 잊어먹고 살게는 하지 말아야지.>.<
남자나 여자나…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게 되면, 보다 가족 중심이 되어야 하면서도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면서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아웅거리는 건데…살짝 살짝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한단 말야~
그러니까…서로에게 잠시라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고, 따뜻하게 감싸주고…하다보면, 그래도 이 사람이 있어 내가 맘 편한 거겠거니…하고 살게 되지않을까 싶어. 울 신랑도 이런 걸 알까? 알면서도 안 하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ㅋㅋ

20060414100015 /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