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지훈이가 스카에서 공부하고 밤늦게 들어왔다.
오늘 머리 자른다 뭐라 했던 것 같은데, 이제 머리도 알아서 자른다고,
그러면서 무슨 머리를 그렇게 자주 하느냐,
또 아침에 나가기 전에 한 시간씩 드라이하고 나가느냐,
별사모님과 차 타고 가는 길에 그런 말을 했다.
늘 알아서 커트하고 가끔씩 다운펌도 하고 꽁지머리 다듬고 뭐 그러고 다니길래 오늘도 그러려니 했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지훈이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두둥 서있는데, 거실에서 들어온 빛이 희미하게 지훈이 모습을 비췄는데,
순간 동훈인 줄.
짧게 자른 머리가 익숙하진 않았지만 뭔가 다쳐서 들어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눈썹까지 치렁치렁 내려온 앞머리가 꼴 보기 싫다고 이마 좀 제발 까고 다니라고 얘기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아끼던 머리를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짧게 자르고 나타나니,
마음이 다치진 않았을까, 뭘 이겨내려 애를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어디 자빠져서 무릎팍 시뻘겋게 까고 들어온 것 보는 것 마냥 마음이 아팠다.

‘결심하고 실행하고 결과보고’를 반복하며 배우면서 사는게 인생이다.
시행착오 없이 기분 좋게 한 걸음씩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오는 좌절과 실패는 그 해답까지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우리 아이들 걱정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