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훈이가 유치원 다닌지 석 달 째다.
지난 주 화요일엔 동훈이에게 사건이 있었다.

동훈이 반 – 분홍반에선 동훈이가 제일 어리다.

내가 예전에 유치원 다닐 때,
5반이었는데,
그 때 나도 제일 어리고 작았다.

암튼,

엄마의 맛갈스런 음식에 길들여진 동훈이는,
유치원 밥이 입에 안맞았는지,
제대로 먹지 않았는가 보다.
늘 유치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밥을 엄청 많이 먹는다고 하니까.

그러던,
지난 화요일.
챙겨주시던 담임선생님은 동훈이에게,
점심먹는 일에 대해서 재촉 비슷한 걸 했나보다.
선생님은 충분이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했겠으니, 선생님 탓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녀석, 잘 좀 적응하고 지내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암튼,

동훈이는 선생님에 대한 감정이 무지 컸었나보다.
그러다가 선생님 얘기가 제 기분을 건드린건지,
그 날 부터 밤에 잠 안자고,
TV 보면서 잔다고, 새벽 한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유치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애써 잠을 쫓으려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제 엄마도 지치고, 늦게 귀가하는 나도 지치고.

그렇게 몇일이 지났다.
선생님이 잠시 동훈이와 시간을 갖고 상담을 하였는데,
동훈이가 힘든 것 세 가지가 있단다.
1. 밥 잘 먹으라고 한 것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2. 원어민 선생님 시간이 싫다.(이유는 담임선생님과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3. 체육 시간이 싫다.(이유, 역시 담임선생님과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선생님이 약속을 하셨단다.
1. 점심은 다른 선생님이 잠깐 도와주기.
2. 영어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동훈이 옆에 앉기.
3. 체육은 힘들면 안해도 좋으나(?) 체육복은 입고 오기.

그렇게 상담을 했단다.

선생님은, 동훈이가 그래도 제 의사표현을 또박또박 하니까,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앞으로 동훈이와의 생활도 기대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상담을 마친 그 날 저녁,
동훈이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편하게 잠을 잤고,
지금까지,
그때처럼 TV보면서 잔다고 때 쓰지 않는단다.
그리고 어제 스승의 날,
꽃 한 송이 대신에 동훈이가 꽃 바구니를 골랐고,
선물에 이름도 직접 쓰겠다고 덤볐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그게 제 자식이건 남의 자식이건,
머리속이 다 차 있다.
또 인격적으로 무시당할 이유도 없고,
어리다고 무시당할 이유도 없다.
가끔 독선과 이기심으로 때를 쓰지만,
그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스스로 충분히 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반응이어야 하겠다.

나는 어린 아이들 –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마냥 이쁘고 귀여워하는 성격은 아니였다.
근데,
확 바뀌었다.
어느 날,
문구점 앞에서 꾸중을 듣던 어린 아이를 지나가면서 자꾸만 돌아본 적이 있다.
물건을 훔친 것 같지도 않은데, 아니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주인은 그러면 안되었다, 분명히.

이제 둘째를 만날 날이 한 달 여 남았다.

2007051613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