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 외가에서 먹은 닭백숙

올 여름 휴가.
일주일의 휴가 중간, 7월 28일 수요일,
부모님과 아내, 동훈이와 외가댁에 닭 먹으러 갔다.




동훈이도 더위에 지치고,…

외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장이 섰다.
아내가 물건값이 싸냐고 외할머니께 여쭤보자,
오이가 일곱개에 이천원이고 호박이 몇개에 얼마고…..하신다.
그러시더니만, 외할머니는 금새 사라지셨다.
잠시후에 검은 비닐 봉지에 호박이랑 몇가지 야채를 사오셨다.
아침보다 그새 올랐다고 하셨다.
이날 우리는 퍼 먹는 아이스크림 – 위즐까지 통째로 얻어왔다.
외할머니는 정말 막 퍼주신다.
아내가 용돈을 드리자고 해서 드렸는데,
그마져 안했으면 맘이 무거웠을 것이다.
근데, 외할머니는 꼭 필요한데 쓰시겠다고 다짐까지 하신다.
그래서 맘이 더 무겁다.
외할머니한테 꼭 필요한 씀씀이는 자식에게 쓰는 거니까…

아버지. – 동훈이 할아버지.
동훈이가 할아버지만 보면 삐죽거리고 운다.
아내는 민망해하고.
근데 녀석은,
내가 할아버지를 가로막고 앉아 있으면
얼굴을 삐죽 내밀어 할아버지 얼굴을 일부러 쳐다보곤 또 삐죽거리고 운다.
하는 짓이, 참..
언젠가는 할아버지를 보면 웃고, 할머니를 보면 울어서,
할아버지가 아주 신이 나신 적이 있다.
동훈이가 할아버지보고 웃어. 할머니 보곤 안웃어…를 하루 종일 주문외듯 하셨다.
근데, 할아버지를 방에서 보면 울고, 밖에서 보면 안운다.
할머니는 이런 동훈이의 행동을,
할아버지의 얼굴이 너무 까맣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믿거나 말거나.
동훈이만 알겠지.
동네 아줌마를 보고도 안울고, 쇼핑몰 점원 보고도 안울고,
경비아저씨 보고도 안우는데, 할아버지만 보면 운다.
암튼 이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동훈이한테 매일 보여줄 작정이다.
다음부턴 할아버지 보고 울지 말길.

20040731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