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울 아버지는
연말이 되면,
귀뚜라미 퍽퍽 튀어다니는
보일라실 어느 구석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어 설치를 해 주셨다.
반짝이, 초, 지팡이, 산타, 방울, 그리고 잘 깨지는 얇은 유리구슬,
은박지 뱅글뱅글 말린거, 솜,…. 그런 것들은 누나들이 또 준비해서,
대들보 이리저리 붙여놓고.
이듬 해 설날이 지나고서야 철수(?)를 하던 기억이 있다.

아빠가 된지 2년.
동훈이는 이제 24개월이지만,
그래도 어릴적 기억 꺼내서 트리를 하나 설치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다.
가격도 따져봐야 하고,
인터넷에 있는 저렴한 트리는 과연 쓸만한건가 확인도 해 보아야 하고,
그러려면 청계천이나 동대문, 혹은 다른 트리 도매상에 가서 직접 봐야 하고.
물론 돈 많으면 그냥 럭셔리 한거 장만하면 되지만.

암튼 힘들게 하나 설치 했다.
그런데,
어릴적 아버지가 해 주신 트리보다 훨씬 작다.
솔잎에 반짝이도 잘 떨어져서 지저분 해지기도 하고,
받침대도 엉성해서 잘 넘어진다.
키 큰 아버지의 트리도 잘 안넘어졌는데.
몇 년 쓰리라 마음 먹고 장만했지만,
내년엔 더 근사한걸로 만들어 주고 싶다.

20051210145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