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4대강 자전거 국토종주

일신상의 변화로 인하여 추석이후 시간이 생겼다.

환영 할만한 상황은 아니고 잘 한 것도 없기에 스스로 달구고 식히는 담금질이 필요했던가, 무심코 떠나기로 한다.

벼슬하러 가는게 아니기에 호들갑떨기 싫었고, 그저 일, 월, 화.. 시간을 준 아내에게 고맙다.

일정.

하루에 200km 이상씩 타기로 하고, 출발은 부산에서 하기로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산에 도착하면 만신창이가?될텐데, 그런?몸 싣고 올라오기가 싫었다.

그래서 토요일 자정에 심야버스로 부산으로 가서 부산? -> 인천방향으로 일요일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 좌로 눞히면 바닥에 닿을 만한 곳은?비닐로 감싸고, 승차 준비 끝

▲ 함께 달릴 싼티 다리

▲ 이렇게 싣고, 폐 튜브로 묶어둠.

노포버스터미널에 내린 시각이 일요일 새벽 04:30

새벽공기는 아주 춥진 않았다.

복장은 숏, 반팔져지, 바람막이.

노포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왜 이리 긴장되는지.

그리고 네 다섯 커플라이더들이 보였다. 나만 혼자였다.

그 중 커플로 보이는 도싸 정회원분도 계셨다.

오뎅 두 개 먹고 에스컬레이터 작동은 아직 아니었지만 미리 개찰구로 향했다.

▲ 노포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윗 사진에 깔맞춤 하지 못해 안습인 물병.

그동안 장거리 많이 안타서 물병 두 개 까지는 필요 없었는데, 이참에 하나 장만하려다가 그냥 다이소 물병으로 대체. 3천원.

▲ 지하철 안

자전거를 지하철에 처음 실어본다.

싯포스트에는 아내가 굳이 가져가라던 반바지가 묶여있고, 예비튜브가 감겨있다.

스템에도 예비튜브가 묶여있다.

가방은 없고, 그냥 져지 뒷주머니에 필요한 것 담아갔다.

06:30…부산지하철 하단역에 도착하고 을숙도 -?낙동강 하구둑에서 첫 스템프를 찍는다.

이젠 죽으나 사나 시작이구나.

▲ 낙동강 하구둑

장거리 경험은 2009년 자학단 4기하면서 달려본거,

그리고 얼마전에 아버지를 모신 경기도 광주 능평리.

100km 조금 넘게 타본게 고작이고,

자출만 하던터라 하루 200km 이상의 경험은 없었다.

▲ 양산 물문화관

▲ 낙동강변을 달리며

▲ 달리면서 촬영. 약간 맘에 드는 사진

▲ 세시간을 조금 넘게 달리니 수산대교

▲ 마라톤대회 참가한 사람들.

마라톤도 매력적이라고들 하는데, 난 몸이 무거워서 그런지 달리기, 등산같은 건 영 재미가 없다.

뭐 이참에 겨우내 체중감량도 좀 해보면 어떨까 한다.


▲ 네 시간 반정도 달려서 도착한 창녕함안보

▲ 창녕함안보에서 합천창녕보로 가는 길에 임도가 보여 지방도로 우회했다.


▲ 길가에서 만난 산밤. 두 개 줏어서 까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 또 한참 달리다가 쉬던 정자.

이 때 아내랑 통화를 했는데, 아내가 좀 힘들어해서 맘이 아팠다. 철없는 애들 때문에, 더 철 없는 남편 때문에 그랬는지.

그렇게 통화를 하고 힘내서 미친듯이 달렸다.

인천 > 부산이 아닌 부산 > 인천은, 내 나름대로의 해석은 아내와 자식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의미가 있고, 그게 목표가 되니, 단순한 국토종주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합천창녕보

여기가 일일차 마지막 인증

첫날 밤은 왜관에서 지내기로 한다.

밥을 먹고 들어가려다가 몰골이 말이 아니라 숙소 잡고 씻고, 아내가 챙겨준 반바지 입고 나섰다. 거추장스런 짐이었던 반바지는 이렇게 딱 한 번 입었다.

정말 가져가기 싫었는데, 잘 때 뭐 입고 잘거냐는 말에 변태취급 받을까봐 챙겼다.

순대국 한그릇 먹고,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샀다.

아내와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여러가지로 착잡한 마음이었지만 각오와 다짐의 시간이 되어 좋았다.

이튿날 편지를 부쳤는데, 4일만에 집에 도착했다. 자전거보다 더 늦게 도착했다는,…

2일차.

아침 여섯시 반에 나섰다. 그리고 바로 만난 칠곡보.


▲ 칠곡보


▲ 코스 중간중간 보이는 보도교. 왠지 돈지ㄹㅏㄹ 같아 보이는 구조물이지만, 잘 한건지 잘못한건지,…


▲ 안개 덮힌 길.

당장 내일 일을 모르는 처지를 대변하는 모습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쉽게 걷히지도, 걷을 수도 없기에 안개너머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불안하지만 뚫고 들어가야한다.

딱 내 모습같아, 나중에 이런 내용을 담은 문자를 아내에게 보냈다. 화이팅하자고,…


▲ 구미보.

구미보에서 낙단보로 가는 길은 설계에 참여했던 상주영천고속도로가 계획된 노선이다.

제방도로대신 친숙한 기존 도로 – 구국도25호선을 달린다.

나란히 병행하는 신설국도25호선은 얼마전 상주시청 소속 싸이클선수들이 변을 당한 곳이다. 마음이 숙연해졌다.

길가에 나와있는, 살무사로 보이는 뱀. 흔한 꽃뱀 – 유혈목이는 아니다.


▲ 살무사로 보이는 뱀. 작은 볕을 찾아 나왔나보다.


▲ 낙단보. 이 동네 출장을 짧게 5년을 다녔는데, 그 와중에 계획, 시공이 되었다.

4대강사업이 계획되기 전부터 다닌 동네로, 근처에 장미식당이란 곳에서 매운탕을 먹곤 했다.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어, 장미식당 옆 순대국집에서 돼지국밥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한다.


▲ 상주보.

함께 고속도로 설계를 했던 분들이 상주에서 근무를 하는데, 사무실에 들르려니 우회거리가 너무 길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자전거도시 상주는 그렇게 통과.


▲ 문경 불정역

저 식수대는 물이 안나온다. 결국 바로 아래 매점에서 물을 샀는데, 물을 팔기 위한 동네 상인의 개략 아닐까…하는 순수치 못한 생각을 했다.

파고라 아래 자전거는 프랑스인 커플의 자전거이다.

짐이 한가득이었다. 종주중인것 같은데 말 붙일 실력은 안돼서 핸폰 밧데리 갈고 있는데, 출발하면서 남자가 ‘Bye’ 하며 출발한다.

얼떨결에 나도 ‘Bye’를 날리고, 그래도 뭔가 허전해서 있어보일라고 뒤따라 출발하려는 여자에게 ‘Take care.’를 해줬다.

‘Thank you.’란 반응이 의외로 컸다. 잘 한 건지..


▲ 이화령.

오른쪽 무릎은 시큰거림의 극치에 달하고, 왼쪽 아킬레스는 쑤시고, 왼쪽 허벅지는 묵직하고, 엉덩이도 고장나고, 아주 죽을 맛이었다.

무릎이 아프니 이때부터 도착까지 댄싱은 없었다. 간간히 스탠딩으로 똥꼬의 혈류를 확보하는게 고작, 똥꼬가 아프니 이때부턴 에어로로 달린다.

그래서 팔이랑 어깨도 힘들어진다. 내일은 어찌하누,……

이화령 업힐중에 문경에 사시는 아저씨를 만나서 정상에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반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다고 하면서 같이 내려가자고 하신다. 덕분에 안전하게 내려왔지만, 사진 찍는걸 잊었다. 그래도 인증도장은 찍어서 다행.

이화령 내려오니 소조령을 만나고, 거기서 또 거품을 문다, 젠장.


▲ 수안보.

여기서 저녁을 먹었는데, 허름한 가게에서 김치찌게를 먹었다. 밥 두 그릇 먹었다.

그동안 순대국, 국밥같이 말아먹는거 먹다가 백반의 쌀밥을 먹으니 덜 아픈것 같고 바로 에너지화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적응이 된건가? 한국인은 밥심!!



▲ 수안보 지나 충주까지 와서 숙소를 잡았다. 타서 따갑다.


▲ 충주역으로 향하는 길 가로수가 사과나무다. 달리면서 무심코 하나 따서 져지 안에 감추고 들어가보니, 부자되세요 스티커로 사과에 문양을 입혔다.

따먹어도 되는건가? 암튼 먹을만했다.


▲ 탄금대.

3일차 시작은 불안했다. 충전중인 핸폰이 꺼진상태로, 알람이 안울려서 한시간 가량 늦게 출발.

게다가 전 날 목표지점까지 못가서 세시간 가량 늦어졌다.


▲ 남한강변

이 길은 꽤 오랜시간 독주했다. 차가 안다닌다. 아주, 신났다. 살짝 내리막에 쭉쭉 나가더라.



▲ 이포보.

이 때 부터 목표가 생겼다. 저녁은 집에가서 집 밥을 먹으리라.

사진이고 뭐고 그냥 달린다. 쉬는 것도 대충. 세째날은 쵸코바로 에너지보충하다가 능내역에서 짜장면 한 끼 먹고 죽어라 달렸다.

한강변에 들어서는 아는 길이라 쉬운것도 있었지만, 뻔한 길이라 재미 없기도 했다. 양수리 근처의 폐철도를 리모델링 한 것은 느낌이 참 좋았다.

이화령에서 만난 아저씨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그럴만했다.

나중에 주말에 아이와 같이 지하철로 점프해서 다녀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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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6시 20분, 도착. 아내랑 통화를 하는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 잘 살자.

공항철도로 복귀해서 저녁은 좀 늦었지만 집에서 설렁탕으로 마무리.

아, 정말 힘든 2박3일이었다.

사전에 이걸?준비를 했다.

업무상 위성사진을 이렇게 쓸 일이 종종 있어서 구간별로 만들었다.

이런게 24장이고, 핸폰에 넣어 가면 중간중간 확인도 쉽다. 길안내 어플이나 뭐 그런건 루트가 하나로 정해져있고, 느리고, 데이타 써야하고.

참고하실 분은 메세지 주시면 원본 보내드릴게요. 010-2518-5457


빵꾸는 한번도 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루트뿐만 아니라 루트 근처의 시가지는 꼭 파악하고 가야겠다.

2012101109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