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에, 일 년 중에, 평생에 걸쳐 살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매일 같은 하루는 기계적으로 돌아가고 해야 할 일만 있는 것 같아서 지치기도 하지만, 화살기도처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어쩌면 여기 적는 글도 한순간의 단상을 길게 늘여 적는 것이기에, 역시 하루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매일 먹는 밥이 에너지가 되고 그 힘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평생에 걸쳐 이때다 싶게 찾아오는 기회들, 그게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라면 더욱 대단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기에 회복도 가능하고 수정도 가능하다. 젊은 청춘들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잡지 않으면 떠날 것 같은 불안감도 있겠고, 그런 감정도 인생의 한 순간 –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아닐까?
2013년 4월, 응봉산 개나리
일 년 중에 소중한 순간, 지금이 아니면 지나가는 순간은 계절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들을 즐기는 것이 대표적이고, 더워서 짜증도 나지만 짜릿하게 작렬하는 태양아래 식을 새도 없이 말라버리는 땀 소금을 맛보며 하는 운동도 그렇고, 녹음이 우거져 더위 속에서 한 줌 시원한 피톤치트 강한 숲 속 향기도 때가 있다. 짧디 짧은 결실의 계절 가을은 그래, 올 한 해도 잘 살았나를 돌이켜보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고,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찾아오는 겨울은 새봄을 기다리며 각오와 다짐을 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2024년 4월 5일 응봉산 개나리
올해, 몇 년만에 응봉산 개나리를 만났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봄이면 지천으로 널리는 노랑이지만, 몇 년 전에 느꼈던 순간을 다시 맞이하는 기분이라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게 뭐라고, 10여 년을 마음속에 담고 있었는지. 아마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었나 보다. 2013년 4월, 아마 별바이크 개업하고 보문동에 있는 라이트 업체에 물건 받으러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가 만난 뜻밖의 풍경이 인상 깊었나 보다. 힘든 생활일 때 쉬어가라는 노랑 주의 신호에 큰 힘을 받으며 힐링되었던 순간. 이렇게 응봉산 개나리는 내 마음속에 인상 깊게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