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연필은,
생명을 다 한 네임펜 몸뚱이에 끼워져,
이제 또 다 했다.
좀 빼볼라고 했는데,
빠지지도 않는다.
이제,
또 다시 다 쓴 네임펜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어릴적,
연필을 쓴 기억이 난다.
아주 잠깐.
친구네 집에 있던
전기로 쓰는 자동 연필깎기에 비해,
우리집 연필깎기는
오비끼 반으로 저며 자른 문틀을 토막내어
거기에 두툼한 피스로 때려 박은,
손으로 돌려쓰는,
일제 연필깎기였다.
하이샤파처럼,
연필 잡아주는 클립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자동으로 밀어 넣어주는 스프링 장치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연필 굵기에 맞게 돌리는 룰렛에 맞추어,
그냥 손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친구네 자동 연필깎기가
부럽기 그지 없었지만,
누나들도 불평 한 번 안했다.
그냥 그 토막낸 오비끼 반으로 저며 만든 문틀을,
한 쪽 발로 밟아 무릎을 세우고,
그 무릎에 턱을 괴고,
손잡이 돌돌돌…돌리던 기억이…
그러다가,
건축설계하는 아버지를 둔 친구녀석의 홀더에
또 다른 뽐뿌를 받긴 하였지만,
그건 그다지 부럽지 않았다.
그 즈음엔 가늘게 써지는 샤프가 더 좋았다.
옆에서 누르는 샤프,
흔들샤프,
펜탈.
나도 꼴에 아빠라고,
이 다음에 동훈이 연필은
같이 신문지 펴고 깎아줄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연필 몇 자루 깎아주며 생색을 내려 했던 생각이 부끄럽다.
그래도,
이제 춘곤증이 밀려올텐데,
연필 깎으면서 졸음도 쫓아야지.
이게 은근히,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하다…
2006032110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