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땜에 잠 못자 서로 짜증나서 싸우는 것 말고, 간만에 어제 별 것도 아닌 걸로 신랑이랑 티격태격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화해하고 또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구나.
참 신기한 건 이렇게 날 피곤하게 하는 두 존재(다현과 다현아빠) 중, 내 자식은 안 미워도 신랑은 가끔 미워지더군. ㅋㅋ
어젠 그러고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어릴 적엔 엄마아빠로부터 떨어져 자는 것조차 무서워했는데, 이젠 저 좋아라하는 남자 만나 부모님 생각을 덜 하게 된 내 자신을 깨닫고 부모님한테 미안해져 막 눈물이 쏟아지는 거 있지.
울 다현이도 크면 그렇게 되겠지?
내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남자가 남편이 되고, 그리고 우리 다현이가 태어나고…이제는 내 남편보다 자식이 더 사랑스럽고…그 후엔?
별로 해 놓은 것 없이 서른이 훌쩍 넘고 보니,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저 10년 후,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막연한 생각…
20050608081911
오홋.
이곳이 지선이의 편한 넋두리공간이 될 수 있음에 오히려 내가 고마운 맘을 전하고.. 흠.. 헤헤.
네 글을 보면, 원정-동훈엄마 마음도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어 고맙고.
아이가 어려 정신없이 사는건 힘들지만 그럭저럭 버틸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힘들다고 할 때, 아빠마저 바깥일을 운운하며 맞장구를 치면 3차대전 발발하는 것을 알기에,
어쩌면 우리 부부는 그걸 피해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 같아.
집안일이야 난 뭐 늘 황송하니까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어찌 그리 맘같이 되겠어?
가끔 필 받으면 그저 청소기나 걸레질이나 설겆이, 빨래나 널고 걷고 하는거지.
평일엔 거의 안하고.
고작 주말에, 그것도 가끔 하는게 전부이니.
“안주인”이란 말.
그 말이 딱이다.
집안의 주인은 역시 엄마, 아내가 맞는 것 같아.
그래서 가끔 집안일로 인한 문제제기도 아내가 먼저 하고,
그게 투정일지라도 말이지.
그래도 언제나 그게 싸움이 되어선 안된다는 사명감이 서로에게 있어 큰 일은 안나는데.
아직 젊은 부부, 좀 싸우는건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데 말이지.
난 나이먹고 더 걱정일거라 생각해.
아이들(둘 낳을 생각임.ㅋ)이 다 커서 자기 앞가림 할 나이가 되면,
여전히 직딩 아빠는 매일 일을 해야하고,
그동안 애 보고, 집에서만 나이를 먹어버린 아내는? 엄마는? – 사실 이게 가장 큰 걱정.
그래서 난 얼른 월급쟁이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아.
뭐, 지금 내 나이엔 지금 직장에서 월급쟁이 하는게 편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관, 포토카페, ……..
아침부터 밤 늦도록 해야 하는 일이라,
어쩌면 가끔씩 “칼퇴근”이란 무기가 있는 직장인들보다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힘이 들어도 같이 지낸다는 것 만으로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암튼.
그렇게 소위 애 키워놓고 집안일만 하다가 나이먹고 오는 갱년기에 허탈, 공허함.
그에 대한 대책이 어쩌면 돈보다 더 중요한 노후(?)대책이 아닐까?
좋은 아이디어들 있으면,
가끔 글 남겨놓고가.
아침부터 주절거렸네. 일하자. 눈치뵌다.
20050608092732 / 이한승
^^ 나야말로 니 글을 읽고 있자니 용기가 생기는구나. 오늘은 더 심하게 (전화로) 싸웠어. 내가 앞으로 해 나가려는 모든 일에 조금이라도 태클이 들어오면 괜히 자존심 상해서 성질부리곤 하거든. 결혼 전엔 신랑한테 찍 소리도 못했지만 요즘은…ㅋㅋ 회사 전화로 미안하다고 하는 그에게 더 화를 내고…이내 곧 후회스럽긴 했지만, 이미 그는 화가 난 상태….뭐 그런 거지. 그러다 다시 서로 미안하다 그러고…
암튼 너의 얘기를 듣고 있자면, 안주인께서 참 좋은 사람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가 그만큼, 아니 그 이상 표현해주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의 노후대책 얘기…넘 가슴에 와닿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 부부에겐 어떤 노후대책이 있을까 하는…지금도 이렇게 허탈하고 공허한데 말이지.
가장 가까워야할 사람이 날 이해 못 해주면 자꾸 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지만…너무 우울한가? 그래도 행복하니까 이러고 사는 거지, 뭐.
이런 게 사는 거려니 해도, 가끔 불쑥불쑥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박차고 올라온다. 그러고 보면 내 성질도 순한 편은 아닌가봐. >.<
사진관, 포토카페…그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꿈을 찍는 사진관처럼, 나도 그 곳에 가서 잊었던 내 모습을 찾고 싶거든.
20050609184442 / 이지선